식료품값·국제유가 '꿈뜰'…상반기 물가 또 오를 듯
지난 달 식료품 물가 1년 전보다 6.0% 상승
과일 물가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 폭 가장 커
중동지역 불안...국제유가 최근 82.4달러로 반등
황동현 기자
robert30@naver.com | 2024-02-12 08:58:51
[소셜밸류=황동현 기자] 식료품값이 넉 달째 6%대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국제유가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상반기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선식품 등 물가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높은 수준의 체감 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비·투자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달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려 넉 달째 6%대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두배를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식료품 물가는 사과·배 등 과일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 달 과일 물가는 26.9% 올라 2011년 1월(31.2%)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전체 물가상승률(2.8%)에 대한 과일 물가 기여도는 0.4%p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높은 과일값은 지난해 이상 기온에 따른 공급량 부족이 주된 원인이다. 사과 등 일부 과일은 병충해 전파 우려로 수입도 쉽지 않기 때문에 여름 과일 출하 전까지 과일값은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일 외 다른 먹거리 물가도 높은 편이다. 식료품 물가를 구성하는 우유·치즈·계란(4.9%), 채소·해조(8.1%), 과자·빙과류·당류(5.8%) 등도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먹거리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국제 유가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배럴당 77.3달러까지 떨어진 두바이유 가격은 최근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등 중동 지역 불안이 커지면서 82.4달러까지 반등했다.
지난해 2월 유가가 하락세였다는 점도 기저효과 측면에서 다음 달 물가지수 상승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무기한 연장할 수 없다는 점도 물가에 부담 요인이다. 정부는 고유가 등을 이유로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를 2·4개월 단위로 연장해왔다. 이달 29일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도 유가 불확실성 탓에 한시적으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애초 한시적 조치였다는 점에서 재정여력 확보를 위해 이제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배경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음에도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1월 소비자물가 공표 직후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누적된 물가 부담은 민간 소비·투자를 옭매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식료품·유가 등을 중심으로 고물가가 지속하면 내수 회복도 지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물가 둔화세가 답보하면 고금리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더 길어져 내수를 더 제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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