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럼프 관세 폭탄의 충격 – 韓 반도체, 벼랑 끝으로(2부)

삼성·SK, 미국 내 공장 현황과 ‘관세 회피’ 생존 전략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8-07 08:53:25

▲ 미국에 건설중인 삼성반도체 공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이덕형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미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정면으로 조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 기획 시리즈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산업에 미치는 파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글로벌 경쟁국들의 대응 가능성, 실제 정책화 과정,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전략 등을 3부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시리즈 구성]
1부. 트럼프 “반도체 100% 관세”…韓 수출 직격탄 우려
2부. 삼성·SK, 미국 내 공장 현황과 ‘관세 회피’ 생존 전략
3부. 트럼프의 고관세 발언, 현실화 경로는?…의회·행정절차 분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 현지에 공장을 가동하거나 확장하며 ‘관세 방패막’ 확보에 나선 상태다. 

 

특히 삼성의 텍사스 파운드리 신공장과 SK하이닉스의 첨단 패키징 시설(어드밴스드 패키징 팹)은 향후 고율 관세 국면에서 핵심적인 생존 전략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1위 파운드리 넘본다”…美 텍사스 테일러 공장 내년 가동

삼성전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로 오스틴(Austin)과 테일러(Taylor) 두 곳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스틴 공장은 1996년부터 운영 중이며, 주로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관세 회피 및 미국 고객사 대응을 위해 170억 달러(약 23조원)를 투입한 테일러 공장이 관건이다. 해당 공장은 2025년 하반기 양산 목표로 구축 중이며, 엔비디아·AMD 테슬라, 애플 등 미국 고객사의 고성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5nm 이하 첨단 공정을 도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미국 내 파운드리 생산 비중을 높이려는 이유는 단순 관세 회피 이상의 전략적 고객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은 그 배경에 정당성을 더해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인디애나에 첨단 패키징 공장…“中 회피 + 美 전략 동시 달성”

SK하이닉스는 상대적으로 늦게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했지만, 최근 인디애나주 웨스트래피엣(West Lafayette)에 첨단 패키징 공장(AP공장)을 신설하며 본격적인 현지화에 나섰다.
 

이 공장은 약 37억 달러(5조 원 이상)가 투입되는 사업으로, 2028년부터 본격 가동 예정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를 후공정 패키징하는 역할로, AI 반도체·엔비디아 공급망 대응용으로 구축된다.

SK는 미국에서 생산과 패키징까지의 밸류체인을 갖추면,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를 실질적으로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를 우회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현지 공장 없으면 미 시장 철수 압박”…韓 반도체 전략 대전환 가속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국 내에 공장을 세우면 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조치가 아닌, 제조기지 이전을 강제하는 무역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은 이미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조건으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반중국-친제조업’ 기조를 강화해왔다. 트럼프의 발언은 여기에 더해 직접적인 고율 관세 카드로 기업 의사결정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산업연구원의 관계자는 “삼성과 SK는 이미 미국 현지 투자를 단행했지만,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추가적인 설비 확장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며 “대만 TSMC보다 현지화 속도가 느린 점은 여전히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TSMC보다 뒤처진 현지화 속도…미국 정부, 생산→설계까지 요구 가능성도


현재 미국 내 파운드리 투자는 TSMC(애리조나 공장)가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은 공장 완공 일정이 지연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아직까지 패키징 중심에 머물러 있어, 설계부터 양산까지 전주기 로컬 생산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정권에서도 “미국에서 설계한 반도체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강경한 산업 내셔널리즘을 표방해온 만큼, 한국 기업에 대한 규제 기준 강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정책이 2기 행정부에서 본격 추진하면서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를 또 하나의 미국 투자를 위한 레버리지로 삼으면서 외국 기업을 국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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