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이트, ‘공존의 예술’로 미래를 비추다
현대 커미션 10주년… 사미 예술가 마렛 안네 사라, 생태와 인간의 연결성 탐구
최연돈 기자
cancin@naver.com | 2025-10-14 08:39:50
[소셜밸류=최연돈 기자] 현대자동차와 영국 테이트 미술관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진행되는 《현대 커미션: 마렛 안네 사라: Goavve-Geabbil》전이 10월 14일(현지시간)부터 내년 4월 6일까지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열린다고 14일 밝혔다.
‘현대 커미션(Hyundai Commission)’은 현대차와 테이트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발전과 대중화를 위해 2014년 체결한 장기 협력 프로젝트로, 테이트 모던의 대표 전시장인 터바인 홀(Turbine Hall)에서 매년 새로운 대형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2015년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를 시작으로 카라 워커, 아니카 이, 세실리아 비쿠냐, 이미래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번 전시는 노르웨이 출신의 사미(Sámi) 예술가 마렛 안네 사라(Máret Ánne Sara)가 선정됐다.
마렛 안네 사라는 노르웨이·핀란드·스웨덴·러시아에 걸친 ‘사프미(Sápmi)’ 지역의 선주민 공동체 ‘사미’ 출신으로, 순록과 자연, 인간의 관계를 조각과 설치를 통해 표현해왔다. 그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미 사회가 직면한 생태 문제를 예술적으로 조명하며, 모든 생명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존의 철학’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 제목 ‘Goavve-Geabbil’은 두 대표작 〈Goavve〉와 〈Geabbil〉의 이름을 결합한 것으로, 기후 변화와 생태 위기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이 맺는 상호작용을 통해 얻은 선주민의 지혜와 실천을 상징한다.
전시장 입구를 채운 〈Goavve〉(2025)는 순록 가죽을 전력 케이블로 엮어 만든 대형 조형물로, 높이 28m의 압도적인 규모로 관객을 맞는다. ‘Goavve’는 혹한으로 지표면이 얼어붙어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을 뜻하는 사미어다.
순록 가죽은 선주민의 생명력과 지혜를, 전력 케이블은 산업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와 문화 단절을 상징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기후 변화로 희생된 생명에 대한 애도와 더불어, 모든 생명이 연결되어 있다는 상호 의존의 메시지를 전한다.
터바인 홀 안쪽에는 〈Geabbil〉(2025)이 자리한다. 순록의 코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미로 형태의 설치 작품으로, 관객은 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걸으며 사미 공동체의 정체성과 문화를 체험한다. ‘Geabbil’은 유연함과 적응력을 뜻하는 사미어로, 작가는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안적 삶의 전략을 모색한다.
작품의 벽면 일부에는 순록의 가죽과 뼈가 사용됐다. 이는 순록이 사미 사회에서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생존과 일상의 근간을 이루는 존재임을 상징하며, 순록의 모든 부분을 활용하는 사미의 전통적 생태관과 공생의 가치를 반영한다.
전시장에서는 순록과 사프미 지역 식물을 상징하는 향, 자연의 소리, 사미 전통 음악 ‘요이크(Joik)’, 공동체 원로들의 구전 지식이 어우러진 사운드가 울려 퍼지며 관객에게 다감각적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시각을 넘어 후각과 청각으로 느끼는 ‘공존의 예술’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의 국제 미술 큐레이터 헬렌 오말리(Helen O’Malley)와 해나 고얼리즈키(Hannah Gorlizki)가 공동 기획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공존의 가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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