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넓히며 영토확장 야욕 드러낸 푸틴에 젤렌스키 "평화협상 하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는 것 두렵지 않다
모스크바-키이우 순방 나선 구테흐스 유엔 총장엔 공정도 논리도 없다 비판
러시아,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출구 만들어줄 것 몰도바 압박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2-04-24 08:32:29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을 거듭 제안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속해서 전선을 넓히고 우크라이나 및 주변국에 대한 영토야욕을 드러내며 자신의 야먕을 채우려는 속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24일 외신 및 연합뉴스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의 한 지하철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됐든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면서 3개월째로 접어든 이번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마주 앉을 것을 촉구했다.
그는 "평화 협상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푸틴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만났으면 좋겠다는 게 아니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외교적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우방국들은 신뢰하지만 러시아는 신뢰하고 있지 않다"고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아울러 러시아군이 사실상 점령한 마리우폴 제철소에서 최후의 저항을 계속하는 자국 장병들이 전사하는 경우 "그 어떤 협상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에서 합병 여부를 두고 '가짜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경우에도 회담을 지속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키이우보다 모스크바를 먼저 방문하겠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서는 "먼저 러시아에 갔다가 우크라이나로 오는 것은 그야말로 잘못"이라며 "순방 순서에 공정도 논리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키이우에서만 민간인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면서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스크바의 거리에는 시체가 없다. 먼저 우크라이나 국민을 만나 침공의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는 26일 모스크바에 이어 28일 키이우를 방문해 이번 전쟁을 멈추기 위한 중재에 나설 예정이다. 모스크바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실무 협의를 하고 오찬도 함께 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키이우에서는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젤렌스키 대통령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교회의 부활절인 24일 모스크바에서 미사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자정을 지나 열린 미사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키릴 총대주교의 집전으로 크렘린궁 인근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에서 진행됐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2단계 작전 목표'를 제시한 러시아가 정예부대를 남부 요충지인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동부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전날 러시아 정예부대 12∼14개가 마리우폴을 떠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자국 병력과 시리아나 리비아에서 온 용병 10만명을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했으며 하루가 다르게 병력 배치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 지도자 람잔 카디로프도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수백 명의 지원병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 관료는 "루한스크의 모든 도시가 24시간 포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날 마리우폴 점령에 성공했다고 선언하며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역과 남부를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2단계 목표를 제시했다.
러시아군 중부군관구 부사령관 루스탐 민네카예프 준장은 "이틀 전 시작된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 2단계에서 러시아군의 과제 가운데 하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과 남부 지역을 상대로 완전한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군에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출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동유럽 국가 몰도바에서 1990년 분리·독립을 선언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 공화국으로 50여 만명의 주민 가운데 약 30%가 러시아인이다. 러시아는 1992년 몰도바와 맺은 협정에 따라 트란스니스트리아에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수천 명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계획대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을 모두 점령하면 러시아는 돈바스와 2014년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연결되는 육상 회랑을 완성하는 것은 물론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로 나아갈 추가 통로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우크라이나는 모든 해안이 막히게 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도시인 미콜라이우와 오데사를 지나 서쪽으로 수백 ㎞를 더 전진하게 된다.
민네카예프 준장의 발언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러시아군의 의도가 드러났다며 우크라이나는 시작에 불과하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외에 다른 나라도 점령하길 원한다고 주장했다.
EU 고위 관료는 앞으로 몇 주가 결정적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해안에서 러시아군의 공격 강도가 매우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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