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부와 여당, KT-포스코-KT&G 거버넌스 비판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임직원들과 주주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정부-여당은 분명한 법과 제도, 원칙의 기반 위에서 비판이 이뤄져야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03-26 08:47:50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국내의 대표적인 ICT업체로 재계 순위 12위인 KT가 오는 31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아직도 차기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 안갯속에 쌓여 있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트렌드, 기술변화가 기업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ICT업계의 현실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여권과 검찰, 국민연금으로부터 전방위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의를 표명했고, 이사회에서 사의 철회를 설득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KT 차기 CEO는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그는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더는 버티기 힘들다. 버티면 KT가 더 망가질 것 같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KT 이사회는 23과 24일 연이어 간담회를 열어 사의 철회를 설득했으나 윤 후보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잇단 지지표명을 한 바 있고 소액주주들도 지지의사를 보여 무난하게 차기 CEO로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 상황에서 이런 사태를 바라보는 주주는 물론 국민들도 착잡하기만 한 심정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이번 KT 사태를 불러온 일차적인 책임은 정부와 여권에 있는 듯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와 여당, 심지어 대통령까지 나서 소위 '주인 없는 기업'들을 겨냥해 사내의 특정 세력이 주주와 정부, 국민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것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에 먼저 금융권 지주회사들에서 거버넌스의 변화가 일어났고 일부 금융지주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사들이 '낙하산'처럼 거대 조직에 상륙해 거대한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산업 쪽 사이드에서는 이번에 제일 먼저 수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KT가 타깃이 되고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혼돈의 4개월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작년 말부터 KT 차기 수장에 대해 훈수를 두며 이사회가 내놓은 인사에 마음에 안 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반대한다는 뜻으로 비쳐지며 이사회가 미는 인사가 CEO로 낙점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갔다.
급기야는 여권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박을 하는가 하면 검찰까지 나서 이사회에서 선임된 CEO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주인이 없는 기업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비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즉 정권의 전유물 내지는 사유물처럼 내부 인사까지 간섭하거나 개입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KT의 황창규 회장 당시에 벌어진 정치권에 대한 후원금 쪼개기 지원도 정치권 눈치보기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KT 등 주인 없는 기업들에 대한 특정 인사 낙하산이나 채용 등에서도 불합리한 일이 자주 벌어지곤 했던 만큼, 여권의 거버넌스 개입이 순수하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여권은 KT 등 주인 없는 기업들에 대한 거버넌스 지적에 앞서 자신들이 취할 분명한 행동수칙을 먼저 공개적으로 밝힌 뒤에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5대 금융지주는 물론 KT, 포스코, KT&G 등의 CEO 선임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즉 이들 기업은 권력의 전리품이 아니며 엄연하게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임직원들과 주주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는 분명한 법과 제도 또는 원칙의 기반 위에서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시장경제의 미성숙함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
윤경림 후보 역시 신중하지 못한 처사를 보이기보다는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 기관을 비롯해 국내 자문기관, 소액주주, KT 노조가 찬성의사를 보이고 있는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실제로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KT 정기 주주 총회에서 윤경림 후보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행사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 기관인 글래스루이스도 윤경림 후보에 찬성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국내 소액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한국ESG연구소 등도 윤 후보에 대해 찬성 의견을 내 국내 소액주주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한국노총 소속의 KT 노조는 오는 30일 경기도 성남시 KT 본사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기로 했는데, 대회 일정을 29일로 하루 앞당기는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서 KT 노조가 윤경림 후보에 대한 지지결의와 향후 사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이뤄질지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히 KT 노조는 지난해 12월 연임에 도전했던 구현모 현 대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어 이번에도 디지코 KT의 계승자로서 윤 후보에 대한 지지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다. KT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의 다수 노조로, 전체 조합원 가운데 99%인 1만6천여 명이 속해 있다.
오는 31일 주총과 함께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대표는 ‘디지코 KT’를 앞에워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의 B2B 디지털 솔루션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구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선정된 윤경림 KT 그룹 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이 과연 험난한 사태를 이겨내고 정부와 여당의 박수를 받으며 구 대표의 성과를 발전적이며 대승적으로 이어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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