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지분 사냥’ 호반에 한진·LS 맞불…“반(反)호반 동맹” 본격화[4부]
경영권 탐욕에 맞서 기업 동맹 결성…‘교환사채 카드’로 방어 전선 강화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5-17 07:30:32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한진그룹과 LS그룹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호반그룹의 ‘무차별 지분 매집’에 맞서 이례적인 동맹을 공식화했다. 교환사채 발행이라는 전략적 카드로 자금을 조달하고, 주주가치 보호와 방어선 구축에 나선 것이다.
LS그룹은 지난 16일 대한항공을 대상으로 65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대상은 LS 보통주 38만7365주로, 대한항공이 이를 인수함으로써 양 그룹은 사실상 ‘반(反)호반 공조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앞서 양측은 지난달에도 항공우주·산업 협력을 골자로 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겉으로는 “전략적 시너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업계는 이를 호반의 경영권 침탈을 견제하려는 명백한 방어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호반은 현재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18.46%까지 끌어올리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는 조원태 회장 측(20.75%)과의 격차가 불과 2.29%p에 불과한 수준이다.
게다가 우호 지분이었던 사모펀드 KCGI, 팬오션의 지분까지 흡수하며, 과거 적대 세력의 유산을 무기 삼아 다시 전면전에 나선 모양새다.
호반은 또 LS와의 관계에서도 날을 세웠다. 자회사 대한전선을 앞세워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 특허 침해 소송에 휘말렸고, 그 와중에 LS 지분까지 매입하며 사방팔방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명분 없는 투자 뒤에 노골적인 M&A 시도가 숨어 있다”며, 호반의 행보를 ‘지배권 사냥꾼’으로 규정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공개 반대표를 던지는 등 명백한 경영권 견제 신호를 보냈다. 더불어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 단독 참여 전력, 항공업에 대한 일관된 집착을 감안하면, 이번 지분 확대가 단순 투자일 리 없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조원태 회장 측은 지난 15일 자사주 일부(0.7%)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며, 지배력 방어에 돌입했다. 여기에 델타항공(14.90%), 산업은행(10.58%) 등의 우호 지분까지 포함하면 총 46.23%로, 아직 주도권은 조 회장 측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본시장 교란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호반이 실적보다 지배권에 집착한 전례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 생태계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대한항공-LS 교환사채 딜은 단순한 재무 전략이 아니다. 지분을 무기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세력에 맞선 기업 생존 전략이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