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협 등 의사단체는 파업에 앞서 의대 증원 숫자부터 제시하고 국민 여망 부응해야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80% 이상이 의대 증원을 강력히 희망
민노총 수준에 머무른 투쟁 구호만 외쳐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 못해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11-26 07:47:06

▲정부가 최근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의협 등 의사단체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올해 국가정책의 최대 현안인 의대 증원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각종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80% 이상이 의대 증원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의협 등 의사단체는 국민적 염원인 의대 증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민주노총 수준에 머무른 투쟁 구호만 외치면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안겨 주고 있다. 

 

이런 점은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국가와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야 할 책무를 지닌 것으로 여겨지는 리더급 지식인 수준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의협 등 의사단체는 전가의 보도인 양 꺼내는 파업이라는 투쟁에 앞서 의대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정부와 진지한 협의에 나서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의대의 증원은 서둘러 진행해도 의료 수요에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필수 의료인력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심각한 의료사고가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의 불만과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국민 복지의 첫 번째 관문인 의료 서비스 부족 현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국회예산정책처와 유럽 경영대학원 인시아드(INSEA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은 인구 1만명당 의사 밀도로 따진 세계인재경쟁력지수(GTCI)에서 100점 만점 중 38.90점을 기록했다. 이는 OECD 회원국 38곳 가운데 32위에 해당한다.

 

한국의 1만명당 의사 밀도 GTCI는 2020년 32위(36.99점)에서 이듬해 36위(29.74점)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들어 32위를 회복했지만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나 질적 수준에서 다른 OECD 국가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의사 인력은 어느 조사에서든 OECD 최하권권으로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의협 등은 의사 수요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차일피일 의대 증원 협상을 미뤄왔다. 일부 증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가 의사 공급 분산 등 다른 조치를 먼저 시행한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국가의 수준은 이미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으로 올라섰고, 비교대상인 OECD 국가에서도 중위권 이상의 국가로 인식되는 상태에서 가장 기초적인 필수 의료 서비스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게 된 때문이다. 외국에서 의사를 수입하거나 다른 대체인력을 양성해 의료 수요에 대응하는 등 다른 긴급대책을 찾기 이전에, 의협 등 의사단체는 진지하게 의대 증원 협상에 임해야 한다.   

 

지난 21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40개 의과대학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 시험을 치르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최소 2000명 이상 증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3058명인 정원 대비 70%가량 늘려야 한다는 요구다. 이에 비해 정부는 2025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1천명가량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쉬운 점은 의대 증원에 맞서 전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단체는 그동안 수많은 논의가 있어 왔지만 아직까지도 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의협·의대의전원협회는 이번 주말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파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지난번에는 사회적 공감대 확인 과정이 없었고, 의사단체가 용납하지 않을 공공의대 등이 정부 방안에 포함돼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증원 추진 절차가 훨씬 정교한 데다 공공의대도 빠졌기 때문에 파업의 정당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공공분야에서만 최소 1천명을 늘려야 필수·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앞서 의협과 의전협은 정부가 의대 증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지난 2020년 파업보다 더 거센 파업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주말 긴급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만간 의사 전면 파업이라는 핵폭탄을 맞이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에 맞서는 정부의 대응방안은 적절하게 마련이 돼 있는지 걱정이 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정부는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020년처럼 또다시 의사단체의 반발에 어물쩍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국민의 실망은 더없이 커질 것이다. 정부가 실천에 대한 의지도 없이 총선용으로 반짝 진행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것이고, 의사단체에 대해서도 더 이상 타협이 불가능한, 국민의 여망과는 관계없이 자신들의 이익에만 과몰입하는 집단이라는 강력한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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