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나친 직업 이기주의는 '나라 망치는 길' 원로 의사들이 나서 '교육 정상화' 풀어가길

원로급 의사들은 나때만 해도 전국의 의대가 모두 최상위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 최상위권의 성적이 아니었는데도
얼마든지 의사가 되고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06-23 07:51:22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지난 2월 중순 이후 4개월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지독한 직업(혹은 직역) 이기주의를 목도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의사 및 의사 지망생들의 파업 사태가 이어지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 들어 있고 우리가 얼마나 불편한 이기적인 사회를 사는가를 경험하고 있다. 

 

모두가 늘려야 한다는데 그들은 늘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의사수가 부족해서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도 그들은 필수 영역에서의 의사수 부족은 의료 수가가 낮은 것이 원인이지 의사수 부족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의사수가 전체적으로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은 여러 분야에서 병리적 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도, 그들은 디테일이 문제일 뿐 큰 틀에서 의사수는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시절 의대 정원을 줄인 즈음부터 의사 수급 문제가 시작됐다고 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이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2015년쯤부터는 심화되기 시작했고 10년쯤 지난 현재는 곳곳에서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국종 대전국군병원장이 주장한 1999년에는 의사가 너무 많아 해외로 수출해야 한다고 했다는데 이것도 맞는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너무 부족해 지방에서는 연봉 4억원을 준다고 해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다는 뉴스가 있고 의사 평균 연봉이 3억원을 넘고 심지어 특정 분야는 5억~6억원에 육박하는 분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최근 몇 년 새 의사들의 연봉이 치솟고 수급 문제가 두드러진 것은 의사수 부족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이런 현상은 집값 앙등 현상과 비슷하다. 아파트 수급이 균형을 맞추다가 공급 부족 현상이 시작된 초기에는 공급자나 수요자가 눈치를 채지 못해 가격이 정체현상을 지속하게 된다. 하지만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 한순간 아파트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이게 한동안 지속돼 되돌림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의사수 부족 현상도 10년이 지날 즈음에 사회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게 조금씩 문제를 만들어가다 지금은 의사수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되는 수준까지 문제가 커졌다고 본다. 의사들 연봉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도 그 한 사례라고 보면 좋다. 그게 가장 가기 싫어하는 지방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고 이게 다양한 의료 분야로 확대될 것은 뻔하다.

 

다만 이국종 원장이 "소아과 의사가 인구 대비 크게 늘었는데도 부모들은 병원이 없어 오픈런을 한다"며 "의대생을 200만명을 늘린다고 해서 소아과를 하겠느냐"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의사 200만명을 늘리면 당연히 소아과 의사가 넘쳐날 것이라는 점에서 틀린 예상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 필수 영역이나 소아과 등 인기 없는 분야, 지방에서의 의사 수 부족은 결과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의사수 부족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봐야 하기에 공급을 크게 늘리면 인기 없는 분야까지 적정 혹은 과다 인원으로 채워질 것은 자명하다. 

 

의사들이 충분히 배출돼서 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피부과, 성형외과, 안과, 정형외과 등의 의사들이 충분히 배출된다면 당연히 그들의 소득이 줄어들 것이고 결국은 가기 싫어하는 분야보다도 소득이 작아지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는 이들 분야로 배출하는 의사수 감소로 연결되고 이는 가기 싫어하는 분야로도 충분히 의사가 배출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의사 200만명이 늘어난다면 당연히 가기 싫어하는 소아과 의사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물론 이 기회에 이 병원장이 지적한 필수의료 시스템 문제는 선진국과 같은 수준에서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분야 수가를 우선적으로 인상해 처우를 개선하고 인기과 의사에 못지않은 여건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줘야 하는 것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필수의료 시스템 문제를 푸는 것 역시 부족한 의사 수를 늘리는 데서 시작돼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 충원되는 의사 수가 적은 가운데 이들이 인기과에 거의 모두 빠진다면 여건을 개선해줘도 필수 분야 의사수 부족은 여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충원되는 의사 수가 많아진다면 이들이 인기과에 빠지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 것이고 결국 이는 필수 분야 의사 수 충원에 도움을 줄 것이다. 다만 현재는 전체 의사 수가 너무 적고 또 의대 증원을 해도 충분한 의사 배출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에 이런 현상을 개선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당장엔 간호사 업무 범위를 늘리고 외국 의대 나온 사람들도 문호를 넓혀 주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전국의 중고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들까지 의사가 되겠다고 난리다. 이는 그만큼 의사라는 직업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돈을 잘 벌고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왜 선망의 대상이 되었는지는 의사들이 더 잘 알 것이고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아는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육의 정상화를 어렵게 하고 궁극적으로 국가를 망치는 길이 될 수 있다. 전국의 엘리트들이 모두 의사가 되겠다고 나서는 국가에서 어떻게 긍정적이며 바람직한 미래를 찾을 수 있겠는가.

 

현재는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길이 우리 교육을 정상화하고 미래 한국을 밝히는 길이라는 사실은 파업 중인 의사들도 어느 정도는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지독스런 직업 이기주의가 또아리를 틀고 있어 다른 말은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정한 엘리트들이고 미래 사회를 걱정하는 지성인이라면 이쯤해서 마음을 돌리고 국민과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를 후배들에게 깨우치는 작업에도 나서길 바란다. 

 

지금 원로급 의사들은 나때만 해도 전국의 의대가 모두 최상위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상위권의 성적이 아니었는데도 얼마든지 의사가 되고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휴진을 검토하고 있는 원로 교수들은 자신들이나 선배들의 당시를 생각하며, 미래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길을 생각하며 현 상황을 개선하는 노력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면한 문제를 풀고 교육을 정상화하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의사라는 필수인력들을 충분히 공급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며, 사회적 병리현상으로까지 번진 '의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향후 장기적인 의사 수급 문제는 원로급 의사들이 중심이 돼서 정부와 환자단체와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면 될 것이다. 의협 등 젊은 혈기로 뭉친 단체 등에 온전하게 맡겨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 이기적인 마음이 넘쳐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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