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다시 중요해진 한-중관계, 한-미관계와 비례적으로 풀어가자
트럼프 재집권의 공포에서 벗어날 구애의 손길을
우리가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밀당' 통해 비례적으로 풀어가는 것도 해법이 될 듯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11-17 07:35:33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한국과 중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년 만에 최고 정상급 회담을 하면서 양국 관계가 다시 해빙무드에 들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별도 양자 회담을 열고 한반도 정세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가속화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특히 트럼프의 차기 대통령 당선 이후 한-중관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듯하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난 2016년 경북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혐한령에 따라 무려 8년 정도 극심한 외교적 경제적 냉각기를 거쳤다. 그 전에 10여 년 정도 우리 경제가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후 2차 성장기를 구가하고 있었던 만큼, 사드 배치 이후 중국과의 극심한 마찰은 한국으로선 큰 경제적 손실이 된 게 사실이다.
거의 이웃집 정도로 가깝게 여겨지던 양국 관계는 박근혜 정부 후반부에 시작된 냉각기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더니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 갈등의 정도가 절정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달 우리 국민의 무비자 중국 방문을 허용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해빙무드가 이번에 양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내년 10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기간에 시진핑 국가주석 방문이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APEC 기간에 "모든 당사국이 발전하는 중국의 급행열차에 계속 탑승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전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무역, 투자, 기술, 서비스의 흐름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을 허물고 안정적이고 원활한 산업 공급망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에 맞서 주변국들에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대 해석하자면 자신들의 내수시장 문호를 개방할 테니 적극적으로 들어오라며 포용적인 자유무역에 회귀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중국 경제는 거의 파산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올해 무역흑자가 1조달러에 이르고 재정 지원을 통해 근근히 버티고는 있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 침체일로에 있다는 평가다. 미국을 넘어 세계 1위의 부강한 국가로 올라서겠다는 '중국몽'의 추구가 다소 성급했다는 판단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 폐쇄정책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며 내수 진작이 안 되면서 중국 경제는 기울어지고 있는 항공모함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시각이다.
중국 정부도 이런 거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수출도 좋지만 내수 진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는 악몽이 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자신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입증이 되는 듯하다. 즉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무기로 저가 상품을 주변국으로 쏟아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화한 게 도리어 화근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현실을 깨닫고 중국은 트럼프 2기 정부를 계기로 주변국에 화해와 개방의 제스처를 취하는 듯하다. 우리 정부는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자신들 국익 위주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의 코로나 19 이후 중국 정부가 취한 정책의 판박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제일의 타깃은 중국이 되겠지만 우리와 같은 우방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방국의 수입물품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은 물론 자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지원금 폐지를 통해 우방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피해를 입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근간으로 대내외 정책 변화를 통해 국경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신 트럼피즘' 실현을 위한 구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을 지렛대 삼아 성장을 이어온 한국 경제로서는 큰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성장산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등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4차산업혁명 승차를 통한 혁신 경제 구축과 고용창출도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중국의 적극적인 구애 제스처는 우리에겐 변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정권과의 관계 개선,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미 관계가 냉각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만큼 밀당(밀고 당기기)을 통해 풀어갔으면 좋을 듯하다. 미국과 중국은 미래세대에도 우리 경제와 외교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할 것이니 비례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해법이 될 듯하다.
트럼프 재집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중 관계 개선의 손길을 우리가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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