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수입 판매보다 신약 개발로 돈을 벌어야" 강조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별세...1일 오전 10시부터 조문 받아
혁신신약 중심 파이프라인 보유하고 치료의약품 개발에 힘써
1600억원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하기도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05-01 06:30:15

▲JW그룹의 고 이종호 명예회장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국내 중견 제약그룹인 JW그룹의 이종호 명예회장이 지난달 3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회사 측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중이다가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장례는 JW그룹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다. 조문은 5월 1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다. 

 

이날 회사 측은 평소 소탈하게 살아온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이종호 명예회장은 1945년 광복둥이 기업으로 탄생한 JW중외제약에서 ‘제약구세’(製藥救世)의 일념으로 필수의약품부터 혁신신약까지 ‘약 다운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키는 ‘제약보국’(製藥保國) 실현에 앞장섰다. 

 

1966년 회사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종호 명예회장은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리지노마이신’은 국내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었으며 회사의 기틀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항생제 합성 분야에서 큰 성공을 이룬 이 명예회장은 1974년, 당시 페니실린 항생제 분야 최신 유도체로 평가받던 피밤피실린의 합성에도 성공해 ‘피바록신’을 내놓았다. 머크, 애보트 등 유럽 및 미국 주요 제약사들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 기술적 입지를 굳혀 나가기도 했다. 이런 성과들은 1970년대부터 이어진 고도성장의 기반이 됐다. 

 

국내 최초 소화성궤양 치료제 ‘아루사루민’을 비롯해 진통·해열제 ‘맥시펜’, 빈혈치료제 ‘훼럼’, 종합비타민 ‘원어데이’ 등 신제품들을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며 중견 제약사로서 입지를 굳혔다. 

 

1993년 2월 제14대 한국제약협회장 취임하며 ‘기업윤리관 확립’, ‘환경변화 대응능력 배양’, ‘협회의 조직기능 효율화와 위상 제고’ 등 3대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약가관리체계 자율화, 건전한 납품질서체계 확립, 회전기일 단축과 적정이윤 확보를 제시하고 윤리위원회 설치와 자정운동 강화, 신약개발 지원정책 마련, 각종 행정규제 완화 등의 다양한 사업들을 전개했다. 

 

회사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수액 산업 분야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 명예회장은 1970년대에 수액 한 병 납품할 때마다 원가가 안 나와 팔수록 손해인 수액 사업에 대해 사업을 이어갈지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서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며 수액 사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JW그룹은 1997년에 국내 최초로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Non-PVC 수액백 개발에 성공해 친환경 수액백 시대를 열었으며, 2006년에는 1600억 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신설해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당시 이 명예회장은 “내가 충남 당진에 1600억원 들여서 한 개에 1000원 정도 하는 수액 생산 공장 짓는다니깐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JW그룹은 당진 수액공장을 기반으로 2019년에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3체임버 종합영양수액 ‘위너프(수출명 피노멜)’ 완제품을 아시아권 제약사로는 최초로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신약 개발로 돈을 벌어야지. 해외에 있는 약을 수입해서 판매해 이윤을 많이 남긴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신약 개발한다니까 예전에 한 보사부 장관이 ‘안 될 일에 왜 자꾸 돈을 쓰느냐’고 말리더라고요. 그때 내가 그랬어요. ‘반도체 누가 만들었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거 아닙니까?’라고. 반도체를 만드는 한국 사람은 있는데 신약 개발하는 한국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왜 누구는 반도체를 만드는데 왜 약은 못 만들어. 내 생각은 확고해요. 단지 이런 건 있지.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R&D에 투자했듯이 오너가 투자를 해줘야 하는 거거든요. 의약업계에서도 누군가 하면 돼요. 20년이고, 30년이고 실패를 하더라도 지치지 말고, 그게 신약 개발의 키워드야”라고 강조했다.

 

JW중외제약은 오늘날까지 그 정신을 이어받아 혁신신약 중심의 R&D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치료의약품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주요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기술수출에 성공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와 통풍 치료제는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탈모치료제와 표적항암제 또한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종호 명예회장은 2011년 사재 200억 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으로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보건의료 분야 학술연구와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지역사회 대상 봉사활동과 기초과학자 주거비 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 중이다. 

 

2013년에는 창업자인 고 이기석 선생을 기리고 고인이 평생 실천했던 생명존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성천상’을 제정해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통해 의료 복지 증진에 기여하며 사회적 귀감이 되는 의료인을 발굴해 그 업적을 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이 명예회장은 “JW중외제약이 기초수액과 같은 필수의약품 생산과 공급으로 인류의 건강문화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장애인도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밝게 만드는 존재”라는 지론을 펼쳤다. 이에 회사는 사회적 약자들이 차별 없이 문화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5년 국내 최초 기업 주최 장애인 미술 공모전인 JW아트어워드를 제정, 장애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 환경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2003년도부터는 ‘악보를 읽을 수조차 없는’ 중증 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합창단 ‘영혼의소리로’를 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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