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횡재세-공공의적보다는 금융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해야

정치권은 금융권이 만들어낸 초과이익을 단지 공공의 적으로 여기거나
횡재세로 거둬들이기에 앞서 미래 우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할 필요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12-03 07:29:45

▲조용병 신임 은행연합회장이 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요즘 은행을 비롯한 일부 금융업종에 속하는 기업들이 '큰돈'을 벌어들이면서 이것을 나누자는 논란이 뜨겁다. 금융권이 과도한 예대마진으로 벌어들인 수익인 만큼, 이를 세금으로 환수해 다시 배분하자는 주장에서부터 금융 취약계층을 정밀 타깃으로 해 일부 혜택을 주자는 주장까지 백가쟁명 식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자칫 포퓰리즘으로 비춰질 수 있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이런 환수와 혜택 부여가 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훼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발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금융권을 향한 '공공의 적' 언급이 도화선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윤 대통령은 민생 현장에서 들은 소리라며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이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전하면서 은행권이 손 쉬운 돈벌이를 통해 서민의 적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을 시작으로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 금융권에 대해 독과점 구조에서 고금리 이자이익을 챙기는 '공공의 적'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야당에서는 이에 뒤질세라 적정이익을 초과한 부분은 횡재세를 도입해 거둬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은행 및 정유업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사가 직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이익을 얻으면 해당 이익분에 대해 최대 40%를 상생금융기여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올해 수익에 대해 이른바 '횡재세'를 도입해 부과할 경우 은행권에서만 2조원 가까운 돈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상생금융을 통한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은행권에선 총 2조원대 규모의 상생금융 최종안을 연내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상생금융의 혜택 대상은 저소득 청년과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도 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금융권 초과이익 환수 내지는 분배 논란을 두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 금융권은 우리 현대사에서 큰 부침을 겪어오며 애증의 역사를 지닌 게 사실이다. 금융산업이 제조업과 분리돼 본격적인 자체 성장을 시도한 게 아마도 1990년대 노태우 정권이 들어선 때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당시 제조업이 전두환 정권 말기부터 노태우 정권 초까지 큰 무역흑자를 만들어내면서 시중에 돈이 넘치게 되고, 집값이 폭등해 신도시를 개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금융산업의 규제를 풀어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금융산업 빗장을 과감하게 풀면서 은행을 비롯한 신규 금융사들이 대거 설립되는가 하면 앞다퉈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등 이른바 금융산업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이런 시대는 오래가지 못하고 IMF(국제통화기금) 관리를 받으면서 짧게 막을 내리고 이후 통폐합 과정을 거쳐 현재의 금융산업 구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금융산업을 향한 여러 논쟁 역시 돈이 넘쳐나는 금융의 호황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당시와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역사를 지닌 만큼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우리 정치권이나 금융산업 종사자들은 초과수익을 어떻게 해소하고 분배하는 것에 앞서 우리 금융산업이 어떤 위기 시에도 안정적으로 발전하며 국민을 위한 든든한 돈줄이 돼야 한다는 금융업의 본질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금융산업을 건전하고 강건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대전제를 두고 여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국가의 부침이 우리 못지않게 있었지만 금융산업은 국가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되어 현재 일본이 다시 도약하는 모멘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일본의 금융산업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우리 역시 제조업의 부침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 제조업이 항상 우리 경제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물론 향후에도 우리 경제 발전의 강력한 힘은 제조업에서 나오겠지만 국가가 지속 성장하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의 발전을 빼놓고 이야기할 시대는 지나갔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늙어가는 국가가 된 만큼 국가가 융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산업 발전이 선행돼야 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금융권이 만들어낸 초과이익을 단지 공공의 적으로 여기거나 횡재세로 거둬들이기에 앞서 미래 우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나 미국의 금융산업처럼 늙어가는 대한민국 호의 미래를 책임지는 산업으로 건전하게 발전해 갈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사회가치 공유 언론-소셜밸류.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