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동원그룹, 동원F&B 상장 폐지는 중복상장 해소-글로벌 식품시장 약진 신호탄

선제적으로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개편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면서도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5-04-21 04:45:00

▲동원그룹이 계열사 중복상장을 해소하는 노력을 통해 주주가치 밸류업에 나서 관심을 끈다./이미지=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재계 55위인 동원그룹이 계열사의 중복상장을 해소하고 글로벌 식품그룹으로서 전문성 강화를 통한 대약진을 노리고 있어 주목된다. 


동원그룹은 최근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계열사인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이를 통해 동원F&B는 상장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주회사와 계열사의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디스카운트를 피하는 대신 강력한 밸류업을 통해 주주가치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양사의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시너지를 높여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K한류의 선도주자로서 보다 확고한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룹은 "식품 사업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창출하며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이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요즘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K한류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K팝이나 K드라마가 먼저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이제는 K식품이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확대되면 필연코 그 국가가 지닌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고 이는 그 문화 속에 깃들어진 음식에 대한 동경심을 자극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다른 나라 입장에서 모방욕구 혹은 공유의식이 생기면서 K식품의 세계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고,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이런 흐름에 부응해 국내 몇몇 식품기업은 이미 국내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식품산업이 전형적인 내수산업이라는 편견을 깨고 이제는 수출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이다.

 

동원그룹도 그동안 국내 식품기업으로선 비교적 빨리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대표적인 게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Starkist)와 세네갈에 있는 스카사(S.C.A SA)의 인수라고 할 수 있다.

 

스타키스트는 미국 피츠버그에 거점을 둔 수산 기업으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 40% 정도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참치캔 제조회사다. 2008년 동원그룹이 델몬트 푸즈로부터 3억 달러에 인수해 2022년 기준 매출이 1조원(순이익 919억원)을 넘는 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동원그룹은 향후 미국 스타키스트의 넓은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의 판로 개척을 가속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 동원F&B와 스타키스트의 스테디셀러로 구성한 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통합 R&D를 통한 신제품도 함께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관세 장벽이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스타키스트의 활용은 이를 해결하는 좋은 방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년 전의 일이지만 굉장한 선견지명이라고 할 수 있다. 

동원그룹이 지난 2011년에 인수한 세네갈에 있는 참치캔 회사 스카사(S.C.A SA)는 유럽,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한 훌륭한 교두보가 될 것이다. 인수 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흑자 전환에 성공해 글로벌 식품 사업을 대폭 강화하려는 동원그룹에 강력한 우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 스카사를 앞세워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지난해 기준 22%에 불과한 그룹 식품사업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동원산업과 동원F&B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체결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1(동원산업) 대 0.9150232(동원F&B)의 교환 비율로 지급할 예정이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동원F&B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상장폐지된다.

양사는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오는 6월 11일(잠정) 개최할 계획이다.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청구 가격은 동원산업 3만5024원, 동원F&B 3만2131원이다.

동원그룹은 "이번 주식교환은 동원산업이 동원F&B와 함께 주도적으로 글로벌 식품 시장에 적극 진출해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판단 아래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동원F&B 단독으로는 자금력 부족 등으로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동원산업 주도로 빠른 성장을 위한 M&A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동원그룹은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중복 상장'(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방식)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중복 상장은 국내 대기업이 분할 혹은 스핀아웃을 통해 계열사를 늘린 후 이를 다시 신규상장(IPO)함으로써 모기업의 주주가치를 희석시킨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기업 입장으로선 사세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많이 사용해 왔지만, 대주주에게만 좋은 일이고 대다수의 다른 주주들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일이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즉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져 한국 증시 저평가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동원그룹은 선제적으로 중복 상장 해결에 나서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동원그룹이 선제적으로 거버넌스(의사결정구조) 개편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면서도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세계 시장은 국내시장과 비교해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게 크다. 여기서 한판 크게 놀아보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EU(유럽연합) 등으로 확대된 관세전쟁으로 아시아 국가 기업들의 설자리가 좁아진 산업적 구도를 탈피하려는 또 하나의 '신의 한수'로도 보여져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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