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승어부(勝於父)를 위한 혁신적인 결단이 필요

노조-고객-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올 한해가 가기 전에 혁신적인 인사 개혁과 아울러 인재들이
신바람 나서 일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청사진이 그려지길 기대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10-21 07:05:08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삼성전자가 위기라면 결국 우리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마침 오는 25일 이건희 전 회장이 서거(2020년)한 지 만 4년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아버지를 이어 승어부(勝於父)를 하겠다는 다짐으로 삼성의 키를 인계받던 시간이 생각난다. 이때 당시를 떠올리면 그간 4년의 세월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만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이 많아 새삼스럽게 이건희 회장이었다면 지금쯤 어떤 리더십을 보여줬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한다. 

 

삼성전자와 국가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이 슬기롭게 이번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 경영진 입장에선 현재가 과연 위기상황인지도 납득이 잘 안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크게 열고 그런 걱정에 동참하며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 가야 할 때라고 본다. 

 

요즘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고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위기가 닥친 것을 보여주는 첫 번째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주가는 회사 상황을 선 반영하는 잣대라서 제너럴 일렉트릭, 인텔 등의 예에서도 주가의 추락이 먼저 회사의 위기를 알렸다. 

 

안팎으로 회사 위기를 알리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경영진은 뚜렷한 타개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이해관계자들을 불안하게 한다. 웬만한 위기 상황이라면 회사가 선제적으로 걱정을 불식시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게 보통인데, 삼성전자로서는 마냥 시간만 끄는 인상을 주고 있다. 

 

사업의 핵심인 반도체 분야는 미래 먹거리로서나 국가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에서 뚜렷한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과거 초격차라는 말이 무색해졌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고객들 이탈도 나오고 있어 재정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등 기업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냉엄한 현실을 감안하면 1등 기업 재탈환을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이제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와중에 다행스럽게도 삼성전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어 이들 다양한 의견을 공통분모로 모아 개혁을 빠르게 추진한다면 반전의 기회는 오기 마련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첫 번째 이해당사자라 할 수 있는 노조가 입을 열었다. 삼성 5개 계열사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삼성그룹의 위기는 삼성 직원만의 위기가 아닌 대한민국 재계 전반에 영향이 갈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라며 첫 번째 제안으로 챗GPT 사용 제한을 전면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세계 일류가 되려는 회사는 당연히 최상의 툴을 사용하고 트렌드에 맞게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사 및 성과 보장 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이른 시일 내 시작할 것을 요구하며 "조직문화의 혁신은 인사 제도 혁신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기본급을 높이고 초과이익성과급(OPI)이 진정한 성과급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연봉 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같은 새로운 보상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다음으로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서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필요하다고 짚은 것이다. 아울러 이 위원장은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 조직 내 원활한 소통에 방해가 되는 장막의 제거,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과 책임의 일치를 추구하는, 지배주주가 없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선진국형 전문경영인 경영체제로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경쟁력뿐 아니라 리더십, 조직문화, 평가 보상, 이사회 등 거버넌스 전반에 걸친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경영지원, 법무, 커뮤니케이션 등 비대한 관리 조직을 도려내고 엔지니어·디자이너 등 기술 인력을 우대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100% 한국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같은 정보기술(IT), 전략·거버넌스 리더 등의 외국인 중심으로 재구성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도 노조의 주장과 같이 실리콘밸리에서 보편화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 같은 주식보상제도를 도입해 보상체계를 글로벌 관점에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회장에게도 쓴소리를 냈다. "구조조정, 전략적 선택 등 급한 의사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어려운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이 회장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보인다"면서 "이번 기회에 삼성과 대한민국을 위해 이 회장이 모든 공식 타이틀을 내려놓고 뛰어난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에 관한 전권을 넘기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면 어떨까"라고 제언했다.

 

다소 과격한 소리까지 섞여 있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 같은 지적들에 귀 기울이고 조만간 화답을 할 때라고 본다. 

 

2030년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다걸기(올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물러설 수 없는 시대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과 삼성전자의 먹거리를 위해 국민과 지자체가 전폭적으로 혁신을 지지해 주는 만큼 결단을 위해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이미 일본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도요타는 2010년 무렵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쳤을 때 오너 CEO가 전문경영인을 등판시키며 잠시 물러난 적도 있다. 삼성전자에 닥친 지금의 위기가 이에 못지않은 것으로 볼 때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위기 대책은 경영진 단독의 판단에서 나오기보다는 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지적을 충분히 감안해 도출한다면 훨씬 좋은 안이 나올 수 있고 앞으로 실행할 때도 지지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삼성전자의 인사철이기도 한 만큼 늦어도 올 한해가 가기 전에 혁신적인 인사 개혁과 아울러 인재들이 신바람 나서 일할 수 있는 좋은 직장으로 변모하는 청사진이 그려지길 기대해본다.

 

이제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으신 이건희 전 회장이 서거(2020. 10.25)한지 만 4년을 맞고 있다. 아버지를 이어 승어부(勝於父)를 하겠다는 다짐을 하던 시간을 뒤돌아보며 위기에 처한 삼성전자를 다시 한 번 일으키고 2030년엔 반드시 그 약속이 실천되기를 국민,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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