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몽규 HDC그룹 회장-55대 대한축구협회장 '포니 정'의 지혜를 빌려 쓴다면
대한축구협회장과 HDC그룹의 재건이라는 두 가지 큰 역할을 맡아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참고하고 그의 지혜를 빌려 다시 쓴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도 한층 가까워질 것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5-03-02 07:03:15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정몽규(63) HDC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치러진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무난하게 당선됨으로써 4연임에 성공했다.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오는 2029년 초까지 한국 축구계를 이끌게 됐다.
정 회장은 이날 선거에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와 경합을 벌여 당초 2차 경선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다수표로 당선을 확정했다. 유효투표 총 182표 중 156표를 얻었다. 그만큼 정 회장이 그동안 축구계에서 다진 신뢰와 쏟은 열정이 뿌리가 깊고 단단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4년 동안 한국 축구계의 큰 어른으로서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는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029년 초까지 임기를 다 채운다면 16년 동안 회장을 하게 돼 정몽준(1993~2009년)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지난달 28일 정몽규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축하를 보냈다.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정 회장에게 "축구 발전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과 중요한 기여에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새로운 임기에도 성공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축구의 성장과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도 지난 27일 "대한축구협회장 당선 소식에 매우 기쁘며, 저와 AFC의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다"고 축하 서신을 보냈다.
정 회장은 당선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인단이 늘어나면서 200명 가까운 분들을 만났는데 축구인들이 원하는 바를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이번에 높은 투표율을 보듯 많은 축구인이 참여한 축제였기 때문에 더욱 당선이 의미가 있다”며 일치된 의견을 모아 축구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가 선진국 수준의 축구로 도약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그의 약속대로 축구인들의 마음을 모으고 자라나는 축구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한국 축구의 열기를 아시아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그가 공약으로 약속한 2031년 아시안컵과 2035년 여자 월드컵 유치는 꼭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막중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발로 뛰는 축구 외교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이라든지 축구 행정의 디테일한 부문은 전문가들에게 맡겨 놓고, 그는 FIFA나 AFC 관계자들을 열심히 만나는 '바깥 살림'을 맡아 한국 축구가 변방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주춧돌을 놓는 소임을 다했으면 한다.
정 회장은 정몽준 전 회장이 그랬듯이 한국 축구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역할을 충분히 잘해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고 다짐한 만큼, 지금까지의 역량을 불살라서 멋지게 꽃을 피우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해 본다.
아울러 HDC그룹 회장으로서도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HDC그룹을 맡아 중견 그룹의 수준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였지만 아쉽게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 면세점 사업의 고전에서 나타나듯 노력에 비해선 천운이 따라주지 못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게다가 그룹의 주력 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라는 대형 악재를 맞으면서 비틀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진실을 다한 노력은 그룹에 닥친 위기를 풀 열쇠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서 그는 짧은 기간 200명 가까운 축구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제 그룹의 재건을 위한 노력도 그런 열정과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아버지가 걸었던 길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아버지인 고 정세영 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넷째 동생으로 '포니 정'이라는 별명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설립과 성장의 주역으로 한국 재계에 큰 흔적을 남긴 분이다.
그는 1974년 한국 최초의 국산 모델 현대 포니를 생산해 1976년 에콰도르에 최초로 수출하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을 반석에 올라서게 하는 시동을 건 주인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얻었던 '포니 정'이라는 별명은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인들이 기억하는 애칭으로 기업 경영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형 정주영 회장의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창업기와 도약기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는 1990년대 정주영 회장이 정계 활동을 했을 때는 현대그룹을 도맡아 경영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한국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한 엔진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은 대한축구협회장과 HDC그룹의 재건이라는 두 가지의 큰 역할을 맡아 수행할 때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참고하고 그의 지혜를 빌려 다시 쓴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도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본다.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그저 존경과 흠모의 대상으로만 여기기보다는 어려운 때 그가 내렸을 판단과 지혜를 반추함으로써 안개로 자욱한 길을 밝히는 등불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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