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G 구광모호, 세 모녀 상속분쟁으로 미래가치-성장동력 훼손 안된다
올해 들어 이미 끝난 일로 치부하던 상속분쟁 가능성이 생겨
자칫 쾌속항진의 구광모호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
가치투자 펀드인 실체스터가 지분 5%를 취득했다고 공개 논란 확대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04-23 06:50:49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LG그룹 구광모호가 2018년 6월 출범한 이후 5년 만에 '호사다마'라고 할까 경영 외적인 집안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4대 그룹 중 올해 들어 가장 잘나가는 기업으로 포커스를 받는 상황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다.
구광모 회장(45)은 CEO로서는 비교적 연륜도 적고 어린 나이지만 견고하면서도 강한 실행력을 지닌 경영 리더십을 지닌 것으로 평가 받는다. 대중에 잘 나타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는 LG그룹에 딱 알맞은 리더십을 지닌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척박한 땅에서도 뚝심으로 강한 생명을 꽃 피우던 LG그룹의 기업가 정신을 물려 받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의 리더십이 뚝배기 장맛처럼 이제야 제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룹의 주력 기업들이 한결같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는 덕분이다.
그룹의 3두 마차라고 할 수 있는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물론 어언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든든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래 성장 산업이나 먹거리 분야에서 우리 경제의 든든한 선도자 내지는 지휘자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선제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는 투자를 통해 강력한 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덕분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판매 선두주자로 나서며 지난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앞지른 성적표를 내기도 했다. 이는 아픈 손인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버리는 대신 전기차와 전장과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에 아낌 없이 투자를 단행한 게 맞아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아울러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도 단단하게 뒷밤침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 3총사의 약진으로 LG그룹 구광모 회장 체제는 4대 그룹 중 미래로 향한 가장 힘친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미 끝난 일로 치부하던 상속분쟁 가능성이 생겨 자칫 쾌속항진의 구광모호가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게다가 가치투자 펀드인 영국의 투자회사 실체스터가 지분 5%를 취득했다고 공개되면서 상속권 분쟁의 불씨가 수면 위로 솟아오르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형국이다.
실체스터는 지난 1994년 영국 런던에 모건스탠리의 펀드 매니저 출신 스티븐 버트가 창립한 회사로 미국 대학, 연기금, 재단, 자선단체 등 기관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전 세계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로 저평가된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펀드 수익을 내고 있다.
실체스터는 LG 지분 확보 목적을 ‘일반투자’로 공시했다. 일반투자는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 배당 활동,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 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 특성상 기업의 경영성과 개선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적극적인 주주 제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실체스터는 공시에서 “투자 매니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위임받은 임무를 이행하는 취지에선 의결권 행사 및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며 “일상적 경영활동에 관여치 않지만 배당증액 등 발행회사 및 기타 주주들이 제안하는 일체의 안건에 대해서도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LG그룹의 경영권과 관련된 상속분쟁이 이제 막이 올랐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즉 구광모 회장을 대척점으로 그의 양모(김영식)와 누이(구연경, 구연수)가 연합한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설사 실체스터가 세 모녀와 연합한다 해도 경영권과 관련해 큰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런 가운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상속 소송의 제척기간(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정기간)이 지났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상속 문제는 끝난 사안이란 이야기다. 그는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본안 심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앞서 구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LG복지재단 대표)·연수씨는 지난 2월 28일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상속분쟁에서 모친과 여동생들이 승소한다면 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지분율은 큰 변동을 가져온다. 즉 구광모 회장은 기존 15.95%에서 9.71%로 6.24%p 하락하고 모친인 김영식 여사는 4.20%에서 7.96%로 3.76%p, 구연경 씨는 2.92%에서 3.42%로 0.5%p, 구연수 씨는 0.72%에서 2.72%로 2%p 증가한다. 이들 세 모녀의 합산 지분율이 14.1%에 달해 구광모 회장의 9.71%를 크게 앞서게 된다.
사실상 최대지주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최대지주가 바뀐다고 해도 지분이 아주 큰 편은 아니라서 경영권은 여전히 구광모 회장이 쥘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찻잔 속에 태풍이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다.
즉 구광모 회장의 우호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구본식 4.48%, 구본능 3.05%, 구본준 2.04%의 지분이 더해지고 국민연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힘을 보탠다면 설사 세 모녀에 실체스터의 지분을 더해도 채 20%가 되지 않으므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하지만 기업 경영은 만에 하나라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 이런 점에서 상속권 분쟁이 계속되는 한 잘나가고 있는 LG그룹 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 모녀는 이미 끝났다고 할 수 있는 상속지분의 변경을 꾀하기보다는 어려운 환경에서 경영권을 물려 받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구광모호가 미래를 향해 순항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의 경영도 물 들어올 때 힘차게 노를 저어야 속도를 더해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연유인든 뒤늦게 상속권 분쟁을 벌이는 것은 졸지에 돌아가신 구본무 회장의 유지에도, 선대 회장인 구인회-구자경 CEO가 그리던 LG그룹의 경영철학에도 어긋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들이 상속권 분쟁이 벌어진 지금의 LG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헤아려보는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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