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안 통과에 ‘날개 단’ 가상화폐…시총 4조 달러 첫 돌파

지니어스법 제정·CBDC 제한 등 규제 명확화…비트코인 12만 달러 돌파
FTX 붕괴 후 1년 8개월 만에 시가총액 5배 회복…월가 진입 본격화

최성호 기자

choisungho119@naver.com | 2025-07-20 05:30:48

▲비트코인 모형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초상/사진=연합뉴스 자료/최성호 기자

 

[소셜밸류=최성호 기자]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을 잇따라 통과시키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574조 원)를 돌파했다. 2022년 FTX 사태로 추락했던 시장이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가상자산 3대 법안이 통과된 이후 가상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며 전체 시가총액이 4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1개당 12만3,000달러를 돌파했고, 이더리움,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의 반등 배경에는 이른바 ‘가상화폐 3대 패키지 법안’의 하원 통과가 있다. 특히 ‘지니어스 법(GENIUS Act)’은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까지 완료되며 실질적인 법제화가 이뤄졌다.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정의와 발행 요건, 공시의무 등을 명확히 해 제도권 금융시장 내 활용 기반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등 주요 금융기관들은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겠다고 이미 밝혀왔다.

이 외에도 ▲디지털 자산의 규제 명확화를 위한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Fed)의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CBDC 감시국가 방지법안’도 하원을 통과하며 상원 심의 절차를 앞두고 있다.

벤치마크 컴퍼니의 애널리스트 마크 팔머는 “그간 규제 불확실성 탓에 머뭇거리던 기관 자금이 이제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시장에 명확성이 생긴 것이 상승 촉매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2022년 11월, FTX 파산 여파로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한때 8,000억 달러까지 급락했으나, 이번 상승으로 당시 대비 5배 이상 회복한 셈이다.

특히 FT는 “이번 법안 통과를 기점으로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과 대기업들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거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9조 달러 규모에 달하는 미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가상화폐 투자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시장 확대가 자칫 전통 금융시장에 위험을 전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사용을 허용하면서도, 금융 시스템을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자칫 경제 권력을 특정 대기업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상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규제 명확성과 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동시에, 새로운 금융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의 정책 균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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