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중동서 협력강화 외쳤지만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원유증산-연합방위 등 엇박자
사우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더 이상은 불가능
이란 핵문제에 대응 사우디-이스라엘 연합방위 구상했지만 진전 없었다는 반응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2-07-17 05:31:20
▲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6일(현지시간)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 일정을 끝으로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지역 아랍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제고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나 고유가 대응을 위한 석유 증산 문제나 아랍국가와 이스라엘간 관계 개선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른바 까슈끄지 암살 문제와 관련한 '인권 정책의 후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까지 강행한 첫 중동 순방이 '빈손'으로 끝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GCC+3 정상회의에서 "세계가 더 경쟁적이 되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 더 복잡해지면서 중동이 미국의 국익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 더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동 지역을 떠나 그 공간을 중국, 러시아, 이란이 채우도록 두지 않을 것"이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파트너로 남을 것이다. 미국은 적극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지역(중동) 내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국가들과 협력 강화 ▲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지역에서 항해의 자유 보호 ▲ 중동 지역에서의 긴장 완화 추구 ▲ 중동 지역 국가와 정치, 경제, 사회적 협력 추구 ▲ 인권 보호 추구 등 중동 정책의 5대 원칙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지지한다는 것은 모든 이슈에 대해서 같은 입장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것은 급박한 국제적 도전 과제에 대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핵심 원칙이 일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량 위기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 지역에서의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는 수십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는데 이 가운데 10억 달러(약 1조3천200억원) 이상은 미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것은 미국의 DNA에 있다"면서 "나아가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향유하고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때, 시민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하지 않고 지도자들에게 질문하고 비판할 수 있을 때 모든 국민이 잠재력을 발휘해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수년간 수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그것이 즐겁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자유롭게 발언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능력이 혁신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이날 GCC + 3 정상회의에는 GCC 회원국(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에 더해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등 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이 다자 정상회의에 사우디에서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대신 실권자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참석했다.
이 정상회의에서 석유 증산이나 이스라엘을 포함한 지역 안보 협력 강화 문제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우리는 동의했다"면서 "에너지 생산업체들은 이미 증산했으며 향후 수개월간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 등까지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8월 3일 회의 때 증산 결정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발언으로 풀이되나 사우디는 온도차가 있는 반응을 보였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회의에서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천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를 넘어서는 추가 생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의에서 최근 물가 폭등의 원인을 서방 주도의 친환경 정책 탓으로 돌렸다. 그는 회의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일으킨다"며 "실업률을 높이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대응 협력도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토대로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연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해왔으나 정상회담에서 이런 논의는 없었다고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했다.
파르한 외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에서 이스라엘과 '연합 방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토대로 이란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연합 방공망 구축을 추진했다.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항공기에 대해 사우디 영공 통과를 허용한 것과 관련해서도 파르한 장관은 외교관계와 상관없는 조치라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사우디 당국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이스라엘발(發)을 포함, 모든 민항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해 비행할 수 있게 했다.
그간 사우디를 위시한 중동의 이슬람권 국가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국체를 인정하지 않아 이스라엘에서 출발한 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금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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