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추석 연휴는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통합과 힐링의 시간이 됐기를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10-01 07:11:49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올해 추석연휴는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개천절이 끼고 정부가 부여한 휴일이 하루 합쳐지다 보니 6일로 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추석 명절이 가진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시간이라는 고유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고, 대신 가까운 가족끼리만 만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든지 가족과 단촐하게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은 듯하다.
이젠 추석이나 설 명절도 예전처럼 제사라는 전통의식을 치르기보다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가족 친지들이 모임을 갖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시간이 됐다는 생각을 해본다.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의 추석과 중국의 중추절이 명확히 다른 게 이 시기에 섬기는 대상이 구별된다는 점이다. 중국의 중추절이 말 그대로 달에 제사를 지내고 숭배하는 의미가 있다면 한국의 추석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숭배하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조상과 달이라는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는 추석과 중추절이라는 단어에서는 물론 우리가 추석 때 빚는 대표 음식이 송편이 있다면 중국에서는 월병을 빚는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반영되는 듯하다.
시작도 한국의 추석이 문헌상 신라 시대로 올라갈 정도로 오래된 연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중추절은 송나라 시절 정도로 그보다는 이후에 탄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에 하나 추석이나 한가위도 따지고 보면 중국에서 기원한 자신들의 명절을 차용한 것이라고 우길 일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1~2인 가족이 대세가 되어 있는 최근에는 긴 연휴가 주어졌음에도 혼자 지내거나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가족이 만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는 퇴색이 됐다는 의미다.
다만 추석의 의미도 살리고 긴 연휴도 보다 값지게 보낸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소원했던 가족들이 만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치유와 통합의 시간을 가진다면 현시대 명절을 더욱 승화 발전시킬 기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자도 이미 2인 가족이 된 상태로 명절에 만남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추석까지는 둘이서만 보내다가 이튿날에야 둘이 사는 형님을 만나본 게 전부다. 이러다 보니 제사도 필자는 못 지내고 형님만 지내는 정도에 그쳤다.
그렇지만 8개월 만에 만난 형님과 이런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잘라진 관계가 복원되고 가슴 속에 남아 있던 여러 앙금이 해소되면서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됐음을 느낀다.
아울러 1일부터는 여행을 통해 또 다른 가족과의 만남의 시간이 시작되니 올해 명절은 단절된 만남들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명절에 만남에서는 지인과 제한 없이 긴 시간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다 보니 평소 놓쳤던 자신만의 불완전한 기억과 생각들을 이어주고 보완하며 오해를 푸는 좋은 기회가 되는 듯하다.
이렇듯 명절을 이용한 통합과 힐링의 시간은 가족이 복원되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극단적으로 경도된 시각들을 보다 객관적이며 중립적인 관점으로 교정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가진다.
최근의 우리 국민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 지역적 갈등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세대 간, 이성 간, 빈부 간 격차가 또 다른 갈등으로 가미돼 훨씬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앙금으로 심화돼 가고 있는 듯하다.
이런 국민 간의 다양한 분열 양상은 우리 정치권에도 작용해 사회-경제적 문제를 푸는 데 어려움을 증폭시키고 보다 성숙되고 통합된 정치를 실현하는 데도 지장을 줄 수가 있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올해와 같이 긴 연휴 기간에는 많은 만남을 통해 개인들 간에 쌓인 앙금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정치적 시각에서도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시간으로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같이 한 걸음 떨어진 가족 간의 만남과 대화의 시간을 통해 보다 연대의 깊이가 더해지고 사회적 갈등에 대한 치유의 시간이 된다면 길어진 쉼에 대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울러 우리 고유 명절이 또 다른 의미를 갖고 한 차원 더 높게 발전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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