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민주주의, 헌법재판소를 통한 지속 가능성 입증, '세계의 빛'으로 발전하길
K-민주주의가 세계로도 전파돼 국가의 권력으로 인해
자유와 인권을 유린 당하는 비슷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도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기를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5-04-06 06:41:03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판결은 우리 민주주의가 한 단계 성숙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청신호를 보여준 중요한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이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임에도 국민을 위한다는 구실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민은 1987년 이전 정부에서 남용됐던 비상계엄이 아직도 헌법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모르거나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비상계엄에 대한 트라우마는 큰 편이어서 당연히 헌법에서 사라진 조항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게 버젓이 살아서 지금도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고 과연 이를 어떻게 해결해 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갈팡질팡 하는 형국이었다.
1979년과 1980년에 실시됐던 비상계엄령과 비상계엄 확대 조치가 45년이 지난 이 시대에도 우리의 일상을 옥조이고 압박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이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경험이 적다 보니 당연하게 나오는 시행착오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2024년 우리의 민주주의가 1987년 이전 과거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상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겠는가.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는 권력에 욕심이 많고 이를 영속적으로 유지하려는 특별한 사람이나 집단이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현실로 환원시킬 수 있음을 깨우쳤다.
그만큼 1987년 만들어진 헌법이 갖고 있는 태생적 불완전성이 있었고, 이 같은 불완전성을 잘 알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은 법률적 상식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이를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개헌을 통해 불완전한 헌법을 보완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우리 민주주의 체제를 파고들고 이를 사상누각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금 헌법재판소의 선고 요지를 살펴보면, 비상계엄을 실시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청구는 적법하였고 12.3 비상계엄 선포는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음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대통령이 주장하는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의 비상계엄 판단을 객관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상황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다. 나아가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밝히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여 나라를 위해 봉사하여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포고령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으며 이런 행위는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의 기본원칙들을 위반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헌법질서를 침해하고 민주공화정의 안정성에 심각한 위해를 끼쳤다고 적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불법 행위를 막은 것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득달같이 몰려온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과 일부 군인들의 반헌법적 조치에 대한 거부행위라고 판단했다. 즉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가장 신중히 행사되어야 할 권한인 국가긴급권을 헌법에서 정한 한계를 벗어나 행사하여 대통령으로서의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헌재는 45년 만에 현실로 돌아온 친위 쿠데타에 대한 명확한 설명들을 통해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의 헌법 침탈행위가 역사에서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1987년 민주주의 헌법이 가동하기 시작한 이듬해인 1988년 9월 1일에 탄생해 올해로 37년째를 맞고 있는 최고의 헌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이 작동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최고의 어른'으로서 입헌군주제 국가라면 가히 왕의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권력기관이 위반할 수 있는 통치행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로서 최고의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고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헌재는 대통령에 관한 세 번의 판례를 통해 우리 민주주의가 흔들림은 있어도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는 핵심기관으로 명실공히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지지세력은 쿠데타를 했음에도 이를 피해갈 수 있는 가짜뉴스와 희한한 논리를 앞세운 곡학아세와 선동을 일삼는 행위를 지속했고 현재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준동에 한때 여론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헌재가 최후의 심판으로 실패한 쿠데타를 응징하는 데 성공했다. 한때 윤석열 전 대통령을 원상복귀시키는 것 아니냐 하는 걱정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대0'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고 명확하게 결론지었다.
이제 더 이상의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렵게 지켜낸 민주주의 헌법을 모든 통치행위의 근간으로 삼아 이를 발전시키는 일에 국민의 의지를 모아 가야 한다. 그래서 K-민주주의가 세계로도 전파돼 국가의 권력으로 인해 자유와 인권을 유린 당하는 비슷한 국가의 국민들에게도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찬란한 빛으로 K-민주주의가 우리의 헌법을 수호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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