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KT, 차기 CEO는 개혁 의지와 전문성 그리고 먹거리 창출 능력 감안해야
차기 CEO, 이번주에 김영섭-박윤영-차상균 후보 중 1인 최종 선정
'공기업 그림자' 완벽하게 청산하며 개혁하고 혁신할 인물이 필요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07-30 05:23:47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6개월 이상 공백기를 가졌던 KT 차기 CEO가 이번주에는 그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지난해 연말 이후 계속된 KT의 CEO 리스크가 마침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물론 내외부에서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CEO가 선임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다. 만약 이번에도 적합한 CEO를 선정하지 못하는 경우 논란은 계속될 여지가 있어 좋은 선택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7일 차기 대표이사 심층 면접 대상자로 김영섭 전 LG유플러스 사장, 박윤영 전 KT 사장, 차상균 서울대 교수 등 3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승훈 KT 이사후보추천위원장은 "차주 중으로 후보 3인에 대한 심층 면접 심사를 진행해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후보는 8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노조는 논평을 내고 "차기 CEO 선정 과정에서 후보의 통신 전문성을 심층 평가하고, 기존 KT의 경영실패에 대한 후보의 개혁의지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등 부패한 경영진의 범죄 사실이 검찰 수사로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후보에게 기존 부패 경영진을 발본색원하고 정상화할 의지와 계획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에 따르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 수십 명 가운데 3인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지난 13일부터 약 2주간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자격요건 관점에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다.
우선 김영섭 전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LG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해 쭉 LG그룹에서 근무한 전형적인 LG맨이다. LG CNS 하이테크사업본부장, 솔루션사업본부장을 거쳐 KT의 경쟁사인 LG유플러스 사장을 지냈다. 이어 LG CNS 사장으로 옮긴 후 지난해 LG CNS 대표이사로 퇴임했다.
무엇보다 LG유플러스 경영관리실장(부사장)으로 회사 살림을 맡다가 LG유플러스 CEO로 승진해 재직한 만큼 통신업계 생리에는 누구보다도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상대도 잘 알고 자신도 잘 아는 후보자로서 향후 KT 조직 효율화 및 지속 성장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윤영 전 KT 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한국통신에 입사한 정통 KT 출신 인사로, 내부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다. KT 기업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기업부문장(사장)에 올랐다. 구현모 전 KT 대표가 대표이사로 선출될 당시 막판 경합을 벌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다만 구 전 대표의 연임 시도 당시 여권으로부터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았던 KT 대표 후보 숏리스트 4인방에도 포함됐던 만큼 선정될 경우 정부-여당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차상균 교수는 2012∼2019년 KT 사외이사를 맡은 인연이 있는 대용량 메모리 기반 서버 시스템의 세계적 전문가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박사를 받았다. 1992년부터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ㆍ정보공학부 교수를 맡았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 한국전력공사 '디지털 켑코(KEPCO)' 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차 교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으로 구글, 아마존, 메타, 인텔 등에서 사용되는 '하나'(HANA)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02년 실리콘밸리에서 '트랜잭 인 메모리'(TIM)라는 회사를 창업해 운영한 경험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05년 독일 SAP에 합병됐다. 다만 교수 출신으로 KT와 같은 거대 기업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필자는 이번에 KT가 유능하면서도 내부에 산적한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며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혜안을 지닌 CEO를 발탁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KT 차기 CEO는 아무래도 통신업계 사정을 잘 아는 후보가 선정돼야 할 것 같다. 이 점에서는 김영섭 후보와 박윤영 후보가 강점이 있어 보인다. 다만 박 후보는 내부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다.
문제가 없는 조직이라면 내부 출신이 되레 프리미엄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현재는 KT의 적나라한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이를 도려내고 바르게 수술하며 봉합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는 외부 인사인 김영섭 후보가 내부 인사인 박윤영 후보보다 강점이 있어 보인다.
아울러 차기 CEO는 구현모 전 대표가 추진해 각광을 받았던 디지코(디지털 플랫품 기업) 전략은 계승해야 한다고 본다. 구 전 대표는 국내 통신과 B2C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신사업과 B2B, 글로벌 통신을 지향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다른 산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자처해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전 CEO가 했던 것 중에 잘했던 사업은 과감하게 계승 발전시키는 것도 차기 CEO의 몫이라 할 수 있다. 무조건 전 CEO의 흔적 지우기에만 치우치다 보면 자신의 강점을 돌아보지 못하고, 곧 폐기되고 말 새로운 전략 만들기에만 급급해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아울러 차세대 먹거리에서도 후보들 자질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점에서 차상균 교수는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등 미래사업 추진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교수가 과연 얼마나 이론을 현실에 옮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한계로 손꼽힌다.
이번에 선정된 새로운 KT CEO는 큰 책임감을 짊어지게 된다. 빠른 업무 습득으로 잃어버린 1년을 복구하면서 통신 3사의 경쟁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는 것이 첫 번째다. 또한 10년 앞을 내다본 먹거리 창출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자질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KT가 아직도 지우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공기업 그림자'를 완벽하게 청산해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적합해야 한다.
100년 이상 지속 가능한 기업의 튼튼한 터전을 만들어갈 새 CEO가 안팎으로 큰 박수를 받으며 선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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