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낙하산은 관치금융의 나쁜 사례...우리금융 앞날이 걱정된다
관치금융 부활의 신호탄 아니냐...KB금융지주로도 이어질 것
주인 없는 회사들의 경영 악화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올 것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02-05 06:01:12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3일 오후 회의를 열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4일부터 임추위를 본격 가동해 내·외부 후보군에 대한 수차례 논의를 통해 4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한 바 있으며, 1일에 이어 이날까지 2차에 걸친 심층 면접을 통해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임추위는 선정 배경으로서 임종룡 후보자가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특히 임추위 위원들은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우리금융이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완전민영화 이후 처음 진행된 회장 선임 절차였던 만큼 복수의 헤드헌팅사에 후보 추천 및 평판 조회를 진행하고, 총 6차의 임추위를 개최하는 등 임추위의 독립성을 비롯해 프로세스상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임종룡 후보자는 2월 정기이사회에서 후보 확정 결의 후, 오는 3월 24일 개최할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아직 주주총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제가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신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ㅇ 관치금융 부활의 신호탄 아니냐...KB금융지주로도 이어질 것
이번 인사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여서 이 정부에서 관치금융이 부활하고 활개를 치는 서막이 시작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여러 수사를 통해 우리금융 회장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하지만 이는 손태승 현 회장이 징계를 받은 만큼 연임은 불가하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최소한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독립성은 인정하리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그들의 관심은 처음부터 정해진 인사가 있었고 이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으며 결국 그 인사를 관철시킨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여기에 적극 힘을 보태는 발언을 했는데, 이렇게 대통령까지 나서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공공재를 다루는 금융기업의 수장인 지주 회장을 자신들만의 리그로 운영해 장기 군림하는 체제는 손을 봐야 한다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사의 난맥상을 풀어내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정부가 무엇에 문제가 있으니 개선을 당부하는 것은 이해가 되고 또 이는 정부가 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진영 인사를 노골적으로 착근시키는 형태는 전형적인 관치금융 부활이요, 우리금융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보다는 아픈 과거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개입을 벗어나 완전 민영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금융이 그동안 기울였던 많은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셈이다.
정부 측이 제기한 주인 없는 기업들의 인사 난맥상에 대해서도 십분 이해가 된다.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한 시스템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은 시스템을 고치도록 유도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
금융지주사들이 완전 민영화된 만큼 그들이 그들의 인사를 뽑아 독립된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 인사처럼 레드 카드를 내미는 척 혼란한 환경을 만들고 그 틈을 타 자신들의 인사를 내려보내는 것은 아무리 높은 점수를 준다고 해도 '0점' 이상을 주기는 힘들다.
사실 이번 인사는 올해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KB금융지주에도 그대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주인이 없는 KT, 포스코의 CEO에 대한 간섭도 노골화될 것이란 전망이다.그러는 사이 주인 없는 회사들의 경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ㅇ 주인 없는 회사들의 경영 악화는 결국 국민의 몫으로 되돌아올 것
주인 없는 회사들의 경영은 그동안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유는 대부분 자체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의 간섭과 규제, 그리고 정기적인 낙하산 인사의 되풀이가 원인이라는 데 동감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 노후를 책임지고 수익률 향상에 올인해야 하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이런 간섭의 통로가 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연금의 지난 10년 수익률은 글로벌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에는 무소불위의 힘을 나타내는 국민연금이 본연의 업무인 수익률 제고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수익률 향상이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투자에 앞장서기보다는 CEO 인사에 정신을 뺏기고 특정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이에 수익률은 글로벌 연기금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고갈을 늦추자는 논의에도 정면 배치된다. 국민의 부담은 늘어가는데 이를 활용하는 국민연금이 수익률 게임에서 계속 뒤진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는 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연금의 기업 인사 개입은 더욱 노골화되고 심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을 제자리로 되돌리고 정부의 간섭을 줄여 기업들이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개혁의 우선 순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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