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GS건설 등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

회사가 더 이상의 위기에 빠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업정지에 제동을 거는 판결은 현명한 판단으로 해석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03-03 05:56:35

▲GS건설 신입사원들이 지난달 경기도 광주 자이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이 '순살 아파트' 논란을 부른 GS건설에 대해 "서울시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려 관심을 끈다. 

 

일단 예비조치로 본안 판결이 남아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일단 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미로 판결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사건을 뒤돌아보면 작년 4월 검단신도시 AA13-2블록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조사한 결과 지하 주차장의 하중을 견디는 데 필요한 철근이 기둥 32개 중 19개(60%)에서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GS건설, 동부건설, 대보건설 등 5개사에 각각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관할 관청인 서울시, 경기도에도 이들 회사에 2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이에 불복해 GS건설 등은 법원에 부당한 조치라며 소송을 냈고 이번에 임시 판결이 나온 셈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영업정지 처분으로 GS건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며 "효력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백번 타당한 판결이라고 본다. '죄는 밉지만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말이 있다. GS건설 등이 저지른 죄가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야 할 일들이 많고 또한 먹여 살릴 임직원 수가 적지 않은 회사를 하루아침에 몰락하도록 내팽겨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GS건설은 자이(Xi) 브랜드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회사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 중의 하나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만족할 만한 주거 혜택을 제공한 회사로 우리에게는 기억된다. 하지만 인천 검단아파트 사건으로 순식간에 브랜드 가치가 크게 하락하며 예전 명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실정으로 또 다른 자이 아파트 입주민들에겐 큰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사건으로 GS건설은 재시공을 약속하고 CEO를 교체하는 등 대오각성의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저하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GS건설은 붕괴사고 비용과 건축·주택사업 수익성 저하로 작년 38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22년 영업이익 5548억원에 비하면 9000억원 넘게 줄어들은 수치다. 더욱이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고금리 금융환경 기조가 지속돼 국내 건설 분양시장이 위축되고 건설수주와 투자가 침체되는 등 건설업계는 살얼음 국면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 중견건설 업체로 손꼽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빠지는 등 위기의 그림자가 엄습하고 있다. 죄는 밉지만 영업정지 등의 조치는 우리 건설업계에 도미노처럼 위기를 확산할 우려가 있다. 충분히 반성을 하고 문제를 봉쇄할 안전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사업의 지속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더욱이 GS건설 임직원들은 회사를 살리려 배전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지난달엔 GS건설에 입사한 신입사원들까지 나서 경기도 광주시 자이(Xi) 아파트 입주자 사전 방문 행사에 참여했다. 입주민을 직접 맞이하면서 고객들의 불만사항과 의견을 직접 청취하겠다는 의도로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은 "입주자 사전방문 행사에 시공 현장 직원들과 올해 신설한 고객경험혁신팀(CX팀)이 참여해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며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고객의 의견을 들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품질 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게 하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GS건설은 해외 건설시장에서도 명성이 있던 굴지의 회사로 국내외 건설업계를 이끌어온 저력 있는 회사다. 지나친 낙인 효과를 불러올 경우 해외시장에서도 예기치 않은 불이익을 볼 수 있다. 이제 순살 아파트 사건은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건설사가 재시공을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충분했다고 본다. 

 

회사가 더 이상의 위기에 빠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번에 영업정지 등의 조치는 처벌의 대상에서 가급적 제외했으면 하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이 이어지기를 고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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