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축하하며 여성과 한글이 주도하는 K-컬처 확장성에 주목하길
한국 여성들의 정신적 잠재력이 본격 발현되고
변화무쌍하며 자유스러움을 누릴 수 있는 한글이라는 플랫폼과
결합하다 보면 그 확장성은 무한할 것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10-13 05:19:37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 그리고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쾌거를 이뤄낸 데 대해 두 손을 들어 축하한다.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너무 갑작스런 결과여서 다양한 의미 부여가 있는가 하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는 듯하다. 다만 한강 작가가 1970년대생이라는 한글 전용문화의 세대라는 점은 간과되는 것 같아서 이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가 과거와 같이 한자가 주도하는 세대에 살고 있었다면 과연 지금의 K-컬처 부흥과 한강 작가의 아시아 최초 여성 타이틀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1970년대생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즈음에 한글 전용화가 시작됐고 이후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학교 교육에서나 입시에서 남성들과 비등한 위치에 서거나 오히려 주류로 올라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한자와 한글이 혼용되던 시절인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해 1960년대생이 교육받던 시절만 해도 주요 대학은 물론 주요 학과에 다니던 학생들 대부분은 남성들이 차지했고 여성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 시절 여성들이 교육 기회에서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은 것도 원인이 됐겠지만, 한자 위주의 언어 문화가 여성들의 교육 능력을 제한한 것도 원인이라고 본다. 말이 한자와 한글의 혼용이지 이 시절 언어는 한자가 주도하고 한글이 보조하는 것으로 일본어 구조와 비슷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 시절 언어는 권위주의가 낳은 가부장적 사상과 사고가 그대로 주입되고 생각의 틀을 제약하는 형태의 언어였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연함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사고와 생각을 4000년 묵은 남의 언어를 빌려 발현하는 것으로 외우기에 급급하고 옛것을 답습하는 데 그쳐서 잘해봤자 온고지신(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다) 하는 정도에 그치는 형태였다.
이런 점이 학교 시험이나 입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여성들의 약진을 어렵게 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글 전용화는 여성들의 생각과 사고에 날개를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여학생들이 학교 성적의 상단을 많이 차지하고 입시 성적도 남학생 못지않거나 오히려 나은 결과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이런 결과는 한글이 여성과 궁합이 잘 맞는 언어였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다만 그 변화는 찻잔 속의 태풍처럼 학교 성적에 반영되거나 학교 교사들 대부분을 여성들이 차지하는 정도에 그치다가 2000년대 이후에 민주화가 본격 진행되면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도 약진하는 일이 일어났고 다양한 직업을 찾아 특히 인문학적인 직업 세계에서 탁월한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이전 당시 기자들만 해도 그렇다. 기자와 같이 힘든 직업은 당연히 남성들이 해야 하고 여성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직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섬세한 글쓰기에 능숙한 여성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직업으로 변모했다.
드라마 작가도 마찬가지 길을 걸었다. 예전만 해도 유명 드라마 작가는 남성들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여성 작가들의 독무대가 되었고 오히려 남성 드라마 작가는 찾기가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런 추세가 점차 K-문학으로도 연결되었고 결과적으로 많은 좋은 글쓰기가 가능한 여성 작가들을 배출하다 보니 다양한 문학상을 받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번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으로 이어지는 쾌거가 되었다고 본다.
다만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의 정점이 된 기쁜 측면도 있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한국 여성들의 정신적 잠재력이 본격 발현되고 이게 변화무쌍하며 자유스러움을 누릴 수 있는 한글이라는 플랫폼과 결합하다 보면 그 확장성은 무한할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한국이 가진 곡절이 많은 근현대사라는 독특한 콘텐츠와 평화주의를 갈구하는 한민족의 중간자적 위치도 K-문학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차별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K-팝을 비롯한 다른 K-컬처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이치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여성이 K-컬처의 주인공으로서 점차 부각된다면 세계사적으로 갖는 의미도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이공학에 압도돼 신음하는 인문학이 다시 한번 부흥하고 전쟁과 폭력으로 신음하는 국제 사회에도 평화의 기운이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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