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용진 회장이 그려갈 신세계그룹은 '4차 유통혁명'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자신들의 DNA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
여기에 유통업계 맏형으로서 좀 더 포용적인 가치를 찾아내
진정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그 성공비결이 될 수 있어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04-07 05:35:45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달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사진=신세계그룹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정용진(56)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달 8일 명실상부 그룹을 이끌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그룹이 그려갈 미래 모습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그는 한층 격렬해진 유통업 경쟁에서 최종 승리해 진정한 승자로 살아남을 수가 있을까.

 

역사적으로 유통업은 사람들의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1차산업이나 2차산업과는 다른 생산의 개념이 없다는 의미에서 3차산업이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개념조차 모호한 채 사람들의 소비생활에 밀접하게 파고드는 가장 첨예한 경쟁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편리한 생활을 보장하고 소비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로 발전한 측면도 있지만, 유통업자와 노동자로선 피가 말리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몇 번의 유통혁명이 있어왔다고 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로 대변되는 유통업이 미국의 대형 마트가 국내에 진입하면서 비로소 2차 유통혁명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1990년대로 기억하는데 당시 외국계 대형 마트가 활발하게 진입해 새로운 유통혁명을 시도하면서 국내 토종 유통기업이나 구멍가게들은 다 망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득세할 때가 있었다. 

 

그런 우려 속에 닻을 올린 곳이 바로 1993년 말에 문을 연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다. 백화점과 차별화해서 가성비 높은 가격으로 외국계 마트와 한판승부를 벌여 보겠다는 자세가 신선한 자극을 준 바 있다. 역시나 고객들의 소비생활은 좋아질 수 있겠지만, 기존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서는 진짜 보릿고개가 시작되던 시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이후 대형마트의 시대가 열리고 이마트는 외국계와 국내계를 포함해 군웅이 할거하는 상황에서 가장 성공하는 유통기업으로 살아남은 게 2010년대쯤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한없이 오래갈 것 같았던 이마트의 시대도 2010년대 중반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될 무렵 이커머스라는 새로운 유통혁명(3차)이 시작되면서 격랑을 만나게 된다. 이게 그나마 찻잔 속의 태풍처럼 잔잔하게 진행되던 것이 쿠팡이 등장하면서 진짜 태풍이 된 게 아니었을까. 아울러 최근에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글로벌 강자가 등장하고 4차 유통혁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1995년 말 입사 이후 28년 만에, 2006년 부회장에 오르고선 18년 만에 이마트의 진짜 키맨이 된 정용진 회장으로선 바로 4차 유통혁명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과제가 주어졌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의 승진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 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어 그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점에서 정용진 회장 승진을 통해 시장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혁신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최고의 고객 만족을 선사하는 '1등 기업'으로 다시 한번 퀀텀 점프하겠다"고도 밝혔다.

 

필자는 정용진 회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강조하는 혁신시스템을 갖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 1990년대 군웅이 할거하던 시절 이마트가 승리하던 성공 DNA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당시도 월마트 같은 세계적인 유통공룡들이 국내에 진입해 토종기업들은 설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마트는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내 마침내 최후 승자로 살아남은 바 있다. 

 

유통혁명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재래시장이나 구멍가게, 중소기업 등과 더욱 단단하게 결속해 이마트를 정점으로 한 토종 제조-유통 생태계의 부활을 알리는 것도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 즉 토종 유통업계의 맏형으로서 동반성장의 진정한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강력한 무기로 삼아 외국계 이커머스와의 한판승부를 벌이는 것이 예상 밖의 묘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요즘 ESG 경영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것을 이마트가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이마트가 환경과 사회적 관계를 가장 우선시하는 유통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해 다른 이커머스 공룡들과 차별화하는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가치 소비도 중요시하는데, 여기에는 환경과 사회적 관계, 그리고 노동의 가치가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향후 우리나라 소비자도 단순한 가격을 넘어 가치 소비를 중요시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을 텐데, 이제 이마트가 선각자로서 새로운 소비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제 정용진 회장은 어떤 그림을 그려갈 수 있을까. 의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자신들의 DNA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우선이고, 여기에 유통업계 맏형으로서 좀 더 포용적인 가치를 찾아내 진정한 ESG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지속가능기업으로 성공비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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