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주당은 반도체 산업(K칩스법) 육성에 좀 더 큰 시야로 접근할 필요
'몽니'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정부나 여당보다 더
국민의 먹거리를 생각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좋은 기회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3-02-19 04:20:00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발을 벗어부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챗GPT 신드롬이 발생하면서 이런 추세는 강화될 조짐이다. 챗GPT는 AI(인공지능)가 어느 새 우리 생활에 가깝게 다가왔음을 느끼게 한다. 가히 혁명적 변화를 몰고올 기세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챗GPT-자율주행-로봇 산업이 한 묶음으로 발전해 진짜 4차산업혁명시대를 초래할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에 등장한 인터넷 혁명, 2010년대 등장한 스마트폰과 어플시대에 버금가거나 이를 능가하는 2020~2030년대 산업과 생활의 혁명을 초래할 에너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 산업계는 이런 시대의 변곡점에서 나름 잘 적응을 해온 덕분에 21세기 들어 선진국 반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AI 반도체-챗GPT-자율주행-로봇 시대의 도래는 우리 산업계에 도전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 반도체산업이 기초 산업이자 키맨이 될 것이라는 예상 아래 대규모 지원을 통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선 이번 변화의 물결에 미국이 먼저 화살을 당긴 양상이다. 생성형 AI인 챗GPT가 미국에서 등장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마저 지난해 의회를 통과했다.
즉 미국은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천800억 달러(약 348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담당장관들은 지난해 12월 공공·민간 투자를 통해 반도체 생산 확대에 430억 유로(약 57조원)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주요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미국-일본-한국-대만) 견제 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굴기'를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벤치마킹 상대이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가 있는 대만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1월 대만 입법원(의회)을 통과한 '대만판 반도체법'에 따르면 기술혁신·세계 공급망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업체가 연구개발(R&D)·선진 생산공정 설비에 투자할 경우 각각 투자비의 25%와 5%를 세액 공제해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세액 공제액이 해당 연도 과세대상 영업소득세의 절반을 넘지 못하는 등의 상한이 있지만, 대만 역사상 기업의 R&D와 설비투자에 제공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세액공제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역시 민관이 나서 차세대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전세계에서 아직 생산기술이 확립되지 않은 2나노(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를 2027년까지 양산한다는 목표다.
사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말 반도체 공장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주는 '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안'(반도체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함께 국회를 통과한 세제개편안에 따라 올해부터 반도체 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투자액의 8%를 세금에서 감면받게 됐다. 하지만 이런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자 정부는 대기업의 세액 감면 폭을 15%로 키우고 중소기업의 관련 세액 공제율을 현행 16%에서 25%로 높여주기 위한 추가 세제지원안(K칩스법)을 내놓은 상태다.
즉 조특법 개정안에서 규정한 세액공제율이 경쟁국에 비해 턱 없이 낮고 우리가 벤치마킹을 해야 할 대만 수준의 세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부랴부랴 우리도 세액 공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지난 15일 예정됐던 기재위 전체회의가 취소되면서 2월 국회에서 'K칩스법'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야당인 민주당이 대기업을 위한 세제 혜택으로 서민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는 점, 대규모 세원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의 주장도 상당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과연 이 같은 K칩스법이 통과된다 한들 반도체 투자가 활성화되기 힘들고 되레 세원 감소와 대기업 특혜만 초래할 수 있다는 걱정에 대해서도, 지난해 함께 처리를 했으면 될 것을 뒤늦게 정부가 생색을 내기 위한 모양새로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가지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이번에 야당이 백번 양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AI 및 챗GPT, 자율주행, 로봇이 등장해 또 다른 반도체 산업 혁명이 초래되는 마당에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길에 조금도 주저할 필요가 없다. 되레 이번 기회에 야당이 주도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좀 더 통 큰 행보를 보여주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몽니'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정부나 여당보다 더 국민의 먹거리를 생각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줄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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