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기도-고양시 K컬처밸리 조성에 국내 기업이 빠진다면 '팥소 없는 찐빵' 아니냐

라이브네이션코리아가 K컬처밸리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CJ와 같은 국내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5-10-19 04:26:52

▲사진은 K컬처밸리 현장에서 사업 백지화 반대를 외치는 고양 시민들/연합뉴스 제공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한류바람이 20년을 넘어서면서 잦아들기보다는 그 세기와 폭이 강화되며 그 영향력을 증폭시키고 있다. 평화를 사랑하고 흥을 즐기는 우리 국민의 문화적 역량이 제대로 발현되고 인식된 때문이리라.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한류를 내재화시키는 단계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류 관광객이라면 당연히 찾고 싶은 전문공연장 하나 마련하지 못했으니 한류를 내재화시키는 노력에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것도 해외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겨우 1600만명을 넘어서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본에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지만 해외 관광객 유입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BTS)이 인기를 끌고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K팝의 고향에서는 변변한 공연 하나 펼쳐지지 못하고 있으니 당연지사로 보인다. 어쩌다 고척스카이돔이나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대형 가수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국내외 팬이 K팝을 즐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고양시에 K컬처밸리 조성이 추진된 이유다. 2020년 8월 기사를 보면 CJ그룹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한류월드에 한류 콘텐츠 중심 융복합 테마파크인 '라이브시티'를 본격화한다는 내용이 있다.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경기도와 CJ ENM의 자회사인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청에서 ‘K컬처밸리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미래산업의 핵심은 콘텐츠이고, CJ는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그룹"이라며 "앞으로 CJ라이브시티를 통해서 고양시 산업의 중심적 역할, 대한민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선도주자 역할을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라이브시티는 축구장 46개 크기 부지(30만2153㎡, 약 10만평)에 K팝 공연장, 쇼핑 시설, 테마파크, 호텔을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1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사업자가 바뀔 운명이다. 지난해 7월 김동연 지사의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 협약을 해제하면서 최근 경기도는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도에 따르면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에 미국계 엔터테인먼트 기업 라이브네이션 컨소시엄이 뛰어들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이날 마감된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 T2 아레나 부지 민간사업자 선정 공모’ 사업 제안서 접수 결과 라이브네이션 엔테테인먼트(주)와 라이브네이션코리아(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사업제안서를 단독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아티스트 투어 콘서트, 티켓판매, 이벤트 프로모션 등으로 2024년 기준 매출 33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독보적인 1위로 평가받는 회사다.

 

김용진 GH 사장은 “국내 열악한 공연장 실정을 고려하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외국기업이 K컬처밸리에 아시아 최고 수준의 공연장 문화단지 조성 의지를 밝힌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 “GH가 추진 중인 K-컬처밸리와 고양방송영상밸리의 시너지를 통해 고양시를 글로벌 문화·컨텐츠 클러스터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사업자를 찾아 사업을 재개하기로 했다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국내 기업이 사업을 주도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한류를 내재화하기 위한 사업에 외국 기업이 주도를 하게 된다면 어쩐지 '팥소 없는 찐빵'이 아니냐 하는 느낌마저 든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컨텐츠를 발굴해 담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이 대목에서 경기도의 바른 판단이 요구된다.

 

K컬처밸리는 완성도 좋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K컬처밸리를 통해 한류가 창출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때 세계인이 찾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류의 성지가 되겠다는 야심찬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으로 과연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적합할지도 차분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누가 뭐래도 CJ그룹은 국내 기업 중에서 K컬처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곳으로 많은 독창적인 컨텐츠를 창출해왔고 많은 투자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한류 바람을 지속가능한 트렌드로 내재화시킨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가 K컬처밸리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경기도가 다리를 놓아 CJ와 같은 국내 기업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도록 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한류 발전을 위한 K컬처밸리 조성은 한치도 늦춰져선 안 된다. 아울러 경기도, 고양시는 물론 국내외 역량 있는 기업들이 함께 힘을 모아 굵은 물줄기로 바꿔 나아갈 때 K컬처밸리는 지속가능한 성공한 사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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