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 AI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우리 정부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거는 기대
반도체 산업은 세계 경제와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헤게모니가 될 가능성
정부와 업계 그리고 투자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사법적 리스크나 승계의 함정에서 벗어나 사업에 전념할 수 있게 뒷받침
김완묵 기자
kwmm3074@hanmail.net | 2024-02-25 08:10:12
[소셜밸류=김완묵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이 확대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미국 중국 대만 한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것에서 일본이 합류하고 유럽이 일부 발을 담근 모양새다.
무엇보다 미국, 일본이 본격 참전을 통해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은 확실한 패권을 쥐고, 일본은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겠다는 구상을 선보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자세가 어정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은 열심히 뛰는데,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4일 "한국 정부는 대안 없이 미·일 반도체 전략에 연일 끌려다니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은 "일본은 다시 반도체 재무장을 하겠다는 용트림 계획을 세운 지 오래고 이미 미국과 반도체 재편에 관한 사전동의도 끝낸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대만에 치우친 반도체 생산을 지정학적인 이유를 들어 일본과 싱가포르로 분산시키려는 미일 간의 반도체 재편 동조 전략에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대책 없이 들러리를 설 것이며, 야당인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에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에 먹구름이 몰려오는데도 누구 하나 목소리 내는 사람이 없으니 정말 걱정, 걱정이다"라고 우려했다.
백번 맞는 지적이다. 최근 미국 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미국 뉴욕증시를 흔들어놓을 정도로 파급력이 커지고,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지원금을 뿌려대는가 하면 일본에서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제조(파운드리) 회사인 대만의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신공장을 개소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우리 정부나 국회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리지 않는다.
TSMC의 진출로 일본은 반도체 산업이 본격적으로 부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가 늘어나게 됐지만 한국 정부는 먼 산에 난 불을 구경하고 있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장비 반입을 시작해 올 4분기쯤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올 연말쯤 옆 부지에 2공장을 착공해 2027년부터 양산할 예정이다. 1·2공장을 합친 투자액은 200억달러(약 26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1960년대부터 반도체 공장이 밀집해 있던 일본 규슈는 한때 ‘반도체 섬’으로 불렸다. 2000년대 들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쇠퇴와 함께 존재감을 잃었으나, 최근 일본 반도체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구심점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위상이 예전 같지 못하고 초격차 전략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실적이나 주가를 보면 이런 소리가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챗GPT 등장 후 글로벌 IT 산업은 인공지능이 대세를 이루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AI반도체 개발과 생산에 마치 금맥을 캐듯 거대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리더로서 초격차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엔비디아가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육박하고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다음으로 큰 기업으로 부상한 데는 AI반도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AI반도체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면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AI반도체를 80% 이상 과점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높아진 이유다. 이는 실적으로 반영되고 미국 증시와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가 TSMC이고 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HBM을 만드는 회사가 SK하이닉스다. 시장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은 물론 파운드리에서도 경쟁자들에게 밀리면서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분발이 요구된다 하겠다. 최근 '삼성라이징'의 저자인 제프리 케인은 이재용 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2016년 이후 수감기간을 포함해 형사소송이 7~8년 계속되면서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는 잃어버린 시간을 보낸 셈인데, 이제 어두운 그림자에서 빠져나오면서 뭔가 기대에 부응할 작품들을 하나둘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서 '종잇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그 역할을 해줄 곳이 바로 우리 정부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투자와 기술개발을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가 하면, 세제 지원은 물론 직접적인 정부자금 지원을 통해서도 그 역할이 기대된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이 사법적 리스크나 승계의 함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긍정적인 에너지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반도체 산업은 향후 세계 경제와 산업의 패권을 좌우할 헤게모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배출해 그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환경을 갖고 있다. 다만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이나 IP(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기업들을 다수 배출함으로써 선도적이며 지속가능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 역시 삼성전자와 이재용 회장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부와 업계 그리고 투자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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